땅욕심과 무법자.
본가가 시골이나 마찬가지라 국유지와 하천부지, 그러니까 자기 땅이 아닌 땅에 텃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. 저의 부모님도 본래 텃밭하는 땅 말고도 그런 곳에 고구마 반 단 남짓을 심을 수 있는 텃밭을 가지고 계셨는데요, 올해는 3월달에 밭을 준비하지 않고 4월에 가보았더니 옆 텃밭 주인이 쓱 밀어버리고 철망을 쳐버렸다고 하시더군요. 원래부터 자기땅에도 짓고 자기땅 아니라도 여기저기 빈 땅을 슬쩍 해서 철망치고 농사짓는 직업 농사꾼이라고 알고 있었지만... 마침 힘에 부쳐서 올해부터는 거기는 안 하려 하시던 참이긴 했습니다. 그래도, "옆 땅이 올해 지을 지 안 지을 지 모르겠는데 남이 먹느니 내가 먼저 먹는다"는 생각으로 그랬을 게 뻔한 데, 10년 넘게 이웃해서 얼굴을 아는 사이지만 토지소유권이 없다는 약점을 확실하게 이용하는 걸 보면 역시 시골 사람들은 땅욕심 무섭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.
거기에 텃밭하신 지가 십 년이 지나서 처음에는 돌밭이던 게 이제는 땅도 좋고 뭘 심어도 적당히 나오는 데였는데, 어느덧 손떼실 때가 왔네요. 이렇게 세월이 가나 싶습니다.
그리고 그간 거기에 하면서 느낀 점을 좀 적으면, 뉴스에 시골사람들 땅갖고 시위하는 거 있죠? 하천부지를 정부가 개발해서 생존권이 위협받네 어쩌네 하는.. 그거 다 헛소립니다. 봐줄 거 하나도 없더라는. 시골사람이라고 순박하지 않아요. 도시민보다 현대적인 법률생활 상식은 더 없기 때문에 일단 뭐 심을 땅문제가 걸리면 그 땅의 법률적 소유권이 자기에게 없더라도 그런 건 아무 상관없고(요즘 가끔 뉴스타는 농약 사이다니 뭐니 하는 거 상황이 이해가 안 가진 않더군요), 먼저 먹으면 임자란 식의 행동 자체만 보면 나이 지긋한 농부라 해도 초등학교 애들보다 나을 게 없고, 살아온 세월이 있어서 나쁜 쪽으로 훨씬 영악하죠. 좋게 말해, 산전수전 다 겪은 분들이라 얘기해보면 나쁘지 않은 분들, 이웃하기 좋은 분들인데 합법 불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따지는 건 확실하다는(대신 정부나 한국전력이나 수자원공사같은 공기업이 박정희식 불도저 군화발로 밀어부치는 덴 더 약한 것 같아요. 과거의 트라우마랄까). 여기 말고 4대강사업 전에 조치원 인근의 하천부지에 농사짓는 걸 본 적 있는데 거기도 비슷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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